“심야에 1만 5000원을 부른 손님 대리운전을 했는데 집에 도착하니까 1만원만 주겠다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남는 게 없는데 막무가내 손님 앞에서 어쩔 수 없었어요.”
대전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양모(56) 씨는 최근 원래 제시한 요금보다 낮은 금액을 주겠다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일 수 밖에 없었다.
양 씨는 손님이 차에 탑승을 하자마자 “운전을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겠다. 주차실력은 얼마나 되는지 보자”는 인격모독의 발언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참을 수 없는 무시발언에도 ‘손님’이었기 때문에 참았다”며 “그러나 원래 제시한 금액보다 5000원이나 적은 금액을 주겠다고 우기는 손님을 상대하고 나니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날 양 씨는 1만원 밖에 받을 수 없었다.
취객을 상대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 김주환 공동연구원이 수도권의 대리운전기사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리운전기사의 노동조건과 환경실태 분석’을 한 결과 이 중 85.9%가 대리운전 중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39.6%는 ‘참고 넘긴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리기사는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 등의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을 통해 이른 바 ‘콜’을 받는다.
대리운전회사와 기사 간 수익분배 구조는 승객이 지불하는 비용의 20~30%를 회사가 가져간다.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기사가 취하게 되는데 이 금액 안에서 ‘콜’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 이용료 월 6~10만원, 통신비·보험료·교통비 등을 부담한다.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 시간에는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3000원을 내고 셔틀 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흥가가 밀집한 서구 둔산동 등이 아니면 이마저도 1~2시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못해 택시를 타고 다음 콜 장소로 이동하면 남는 것은 거의 없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손님과 갈등 상황이 발생해도 보호받을 방안책이 없다는 점은 대리기사들의 고충을 더욱 키우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대리운전업계 시장 규모는 2조원, 업체는 3800여개, 기사는 8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안휘재 기자 sparklehj@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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