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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와 그 남자의 사랑이야기 9~10편]


♡ 그 여자

아무래도 선수였나 보다.
역시 과거가 의심스러운 놈이다.
어케 델구 온 술집은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담^^
저번에 갔던 스파게티집도 여자들이랑 많이 갔다더니
선수 냄새가 난다ㅠ.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술 한잔 먹더니 그가 이실직고를 한다.
사실 아까 져 줄라 했는데 그게 맘데로 안 됐대나.

술 자기가 살 테니까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란다.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더니 좋다고 헤~ 하고 웃는다.
순진한 건지 선수인 건지 모르겠다.
불안하다....ㅜ.ㅜ

그러면서 오늘 믿었던 데서 또 떨어져서
아까 좀 우울했단다.
근데 날 보니까 기분이 풀렸다나?
음....그랬었군. 그 기분 내가 잘 알지.^^;
어쨌건 나를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니
좋은 얘기겠지. 뭐

술을 마시고 긴장이 풀리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야길 털어놨다.

2년 넘어 다닌 회사였는데
사정이 어려워져서 사다리를 타서 자르기로 했는데
그냥 자기가 나왔단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가정이 있는 기혼자라
차마 그 순간까지 갈 순 없었단다.

잘은 모르지만 그게 이 사람의 있는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은 사람인것 같기도하다...


★ 그 남자

안주가 맛있다며 그녀가 웃었다.
바보 같았다... ㅡ_ㅡ
담부터 맛있는 집만 델구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사이좋게 맥주를 나누어 마시며
허심탄회한 이야길 나눴다.
어쩌다 보니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해줬다.

과 선배분이 하시던 의류회사였는데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의 비애를 겪어야만 했다.
차마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찍어낼 수 없다고
사다리를 타자고 했다.
자신이 데려와 놓고 못 할 짓을 한 것 같다며
미안해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녀는 나보다 사회생활이 길었다.
4년 가까이 일한 회사였단다.
그녀 역시 매일 옥죄어 오는 정리해고의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나왔단다.
아쉽긴 하지만 그녀도 후회는 없단다.
그러고 보니 둘다 뒷일을
생각 안 하는건 비슷한 거 같다 ㅡ.ㅜ

한 번 더 시원하게 건배를 외쳤다.


♡ 그 여자

어찌보면 놈과 나는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았다.
나도 후회는 없다.
아니 없는게 아니라 후회를 한다고 해도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을 어떻게
다시 되돌이 킬수가 있을까.

대신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며 건배를 했다.
근데 취직이 돼야 그러든 말든 할 거 아냐....ㅠ.ㅠ

아무튼 즐거운 술자리였다.
내가 "저겨, 제가 오빠라고 할까요?^^" 했더니
"아유~~ 뭐, 다 늙어서 만나서... 뭘요...." 그런다.

다 늙어서 라니....ㅠ.ㅠ
아니, 우리가 무슨 경로당 커플이라도 되남.
싫으면 관둬라!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인간 같으니라구!


★ 그 남자

그녀가 싱긋싱긋 웃더니 오빠 라고 부른댄다.

....쑥스럽다.....

주저주저 했더니 "싫어요?" 하고 묻는다.
아니 모 싫은 건 아니지만...-.- 토라졌나?

자리를 끝낸 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합정동 이니까 우리 집이랑
멀지도 않고 가는 길이라 좋았다.^^

밤기운이 부드럽고 따스했다.
도시의 불 빛도 화사했고
시간은 천천히 코 끝을 스쳐갔다.

다소 어색한 웃음으로 그녀를 떠나보낸 뒤
전철에 몸을 기대어 섰다.
흐뭇함과 아쉬움으로 오늘을 회상하고 있을 때였다.

삐링~ 하고 문자 메세지가 들어왔다.
그녀였다!

[오늘 너무 즐거웠구요*^^*
집에 가서 좋은 꿈 꾸세요.
그리고 담부턴 말 놓으세요. 꼭이요
그럼 안녕^^~ 오빠!!]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넘쳐나는 감동을 억제했다.
허걱!! 니야오후~~ 이야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내가 오바이트를 하는 줄 알고
자리를 피했다.

신난다~~~~!!!!!
아, 오늘은 간만에 일기를 써야겠다!!!

- 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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