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이것이든 저것이든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만 된다." (Every one makes a choice one or another. And then must take the consequences, T.S.엘리어트)
회원님들
인생살이 도처에 갈림길도 많지요. 어떠한 '선택'과 '책임'도 결국은 본인의 몫이겠죠.
오늘은 기로(岐路)에 선 사람의 고뇌를 뜻하는 고사성어 ‘곡기읍련(哭岐泣練)’에 대해 살펴볼까요.
이 말은 직역하면 '갈림길에서 울고, 염색이 안 된 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뜻인데, 근본은 같은데 선택한 환경에 따라 선악이 갈림을 한탄하는 말이죠.
중국 전한(前漢) 때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이 저술한 '회남자(淮南子)'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죠.
“양자는 갈림길을 보고 통곡했다. 남쪽으로 갈 수도 북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묵자는 염색 안 된 명주실을 놓고 눈물을 흘렸다. 그것이 노란색으로도 검은색으로도 물들여질 수 있어서였다. (楊子見岐路而哭之 爲其可以南可以北 墨子見練絲而泣之 爲其可以黃可以黑)”
극단적 개인주의자로, 한 올의 털을 뽑아 천하가 이롭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뽑지 않겠다는 일모불발(一毛不拔)의 주창자 양자(楊子),
반대로 극단적 이타주의자로, 천하에 이롭다면 정수리부터 발꿈치까지 털을 거리낌없이 다 뽑겠다는 겸애(兼愛)의 주창자 묵자(墨子),
결국 양자는 사람의 바탕은 한가지인데 갈림길에서 이쪽과 저쪽으로 갈라지는 것을 슬퍼한 것이고, 묵자는 하얀색 실이 염색하는 색에 따라 변하듯이 깨끗하던 사람들이 환경에 물들어가는 것을 슬퍼해 운 것이죠.
이 두 사람의 통곡의 사연을 허균은 ‘통곡헌기’에서
“흰 실이 그 바탕을 잃은 것을 슬퍼하여 곡을 한 이는 묵적(墨翟)이요, 갈림길이 남북으로 나뉜 것을 싫어하여 운 것은 양주(楊朱)다"라고 표현했죠.
회원님들
어짜피 세상 모든 길은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두 갈래 길로 나뉘고, 누구도 두 길을 동시에 걸을 수는 없겠죠.
결국 우리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한 길만을 걸어갈 수밖에 없겠죠.
한 길에 들어서는 순간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것은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회원님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마냥 ‘곡기읍련(哭岐泣練)’ 할 수만은 없겠죠.
'장고끝에 악수 둔다'는 바둑의 격언처럼 마냥 고민만 하고 있을 수도 없겠죠.
처음부터 계단의 시작과 끝을 다 볼 수는 없는 것, 일단 먼저 한 걸음을 내딛어야겠죠.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매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겠죠.
인생에 절대 옳은 길도, 절대 잘못된 길도 없는 것,
일단 최선을 다해 선택했다면 아무리 별이 바람에 스치우더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겠죠.
"돌아보지 말아~ 후회하지 말아~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말아~ 사랑해 사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일단 선택했다면 어떤 길이든 되돌아보지 않고, 후회하지 않고,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려가야겠죠.
선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것,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선택 이후의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는 저와 회원님들 되었으면 합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를 한 편 감상하고 마칠까요.
프로스트는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 자작시를 낭송하는 등 미국의 대표시인으로 퓰리처상을 4회나 수상한 시인이죠.
이 시는 그가 변변한 직업도 없고, 문단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기관지 계통의 질병에 시달려 실의에 빠져있던 20대 중반에 쓴 시라고 하네요.
단풍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 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아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그 길도 걷다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ㅡ 서정욱변호사님 글중에서
2015.01.16 15:28
모든 사람은 이것이든 저것이든 하나를 선택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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