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사망 당시 26세)씨는 2013년 8월 한 중소기업에 수습사원으로 입사했다. 3개월 수습기간을 마치면 정식 직원이 되는 조건이었다. 입사 한 달째 되는 9월 12일 경기도 판교 인근 작업장에서 근무를 마친 이씨는 현장 사무소장 최모씨와 공사대리 이모씨와 함께 회식을 했다. 이씨의 입사를 축하하기 위해 최씨가 마련한 자리였다. 전날 서울 본사에도 회식을 알려 회식비로 20만원을 지원받은 터였다.
세 사람은 삼겹살집에서 소주를 마신 뒤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오후 11시30분까지 술을 마셨다. 자정쯤 회식이 파한 뒤 공사대리 이씨가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고 자신의 차에 이씨를 태워 서울 강동구 집 부근 인도에 이씨를 내려줬다. 12일 오전 1시께였다. 그런데 이씨는 술에 취해 곧바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3시45분께 이씨는 경기 하남시의 서울춘천고속도로 진출로에 앉아 있다가 그곳을 지나가던 견인용 트럭에 치여 숨졌다.
이씨의 아버지는 “회사 차원의 회식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했다. 이에 공단이 “이씨가 스스로 귀가한 이후 발생한 사고”라며 지급을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경란)는 “이씨의 사망 사고와 업무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회식비를 지원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씨를 포함한 작업장 직원들이 자신들끼리 식사를 하고 술자리를 갖는 것을 지원한 것”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회식을 개최했거나 이를 지배·관리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에게 회식 참석이 강제되지 않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발생 장소도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에서 이탈한 곳이므로 회사의 지배·관리가 미치는 곳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제시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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